원랜 크리스마스 일기 적고 2주 정도 후에 쓰려고 했는데 𝓕𝓮𝓮𝓵이 안 와서 안 적고 있었달까^.^
근데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시간도 별로 안 지났는데 내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어서 얼른 노트북을 켰어
그리고 요즘 문장도 자꾸 이상하게 쓰는 것 같아서.. 반강제적으로나마 글을 써야 할 것 같기도 했고
우선 나는 고3때 1지망인 한국외대에 지원조차 하지 않았었어
왜 그랬냐면, 엄마께서 내 성적이 부족하니까 일단 붙을 수 있는 다른 대학에 지원하자고 말하셨었거든
그 이후에도 계속 대화를 했는데, 엄마가 강하게 주장하셨던 데다 그 주장의 설득력이 강했던 터라 입시가 처음인 나로썬 그냥 그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었어
후회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너무나 새빨간 거짓말일 것임)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들어
첫 대학에 가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 반 년 동안 타지에서 지내면서 배운 게 많았거든
아무튼 이건 프롤로그 같은 느낌으로 적어봤고.. 본격적인 반수 얘기는 지금부터 시작해볼게
우선 난 1학기까지만 해도 정시를 할 생각이었어
옛날에 대학 기숙사에서 찍은 사진 속 수능특강들을 보면 알 수 있을거야ㅎ.ㅎ
1학기의 나는 기숙사생이었기 때문에 기숙사 방에서 공부를 했었어. 그리고 신기하게도 집이 아니라 마음이 불편했는지 늘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거야?
그래서 일찍 일어나서 씻고, 영단어를 외우다가 긱식을 먹고, 수업에 갔다가 다시 방에 와서 수특을 푸는 그런 개.재미없는 삶을 살았었어
또 가끔 내 방이 질리면 옆 동인 7동으로 가서 거기에 있는 독서실에서 공부하기도 했는데(7동엔 독서실, 컴퓨터실 등의 시설이 많았었어), 사람도 많이 없고 여느 스터디카페랑 똑같이 생겼던 곳이라 집중도 잘 돼고 좋았었어
근데 이제 여기서부터 반전.
1학기까지만 정시를 할 생각이었다는 말은 곧 그 이후엔 정시를 할 생각이 아니게 되었다는 말이잖아?
전 글을 읽어봤다면 알겠다시피 나는 대학에서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게 됐었는데, 썸을 타던 초반부에 내가 편지를 써 준 적이 있었어. 야밤에 영단어를 외우다가 갑자기 삘이 와서 두 장을 꽉 채워서 편지를 썼었는데 아마 주체하는 마음을 감당하기 힘들었었나 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이후에 편지를 받고 정원이가 하는 말이,
서현아 너 논술 해 볼 생각 없어?
그렇게 저는 논술러가 되었습니다.
물론 저 말만 듣고 바로 결정한 건 아님. 처음엔 거절했었는데 거절해도 자꾸 권유하는 거야;;
계속 그러니까 나중엔 화도 좀 냈었는데, 단호하게 거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안한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논술 고려해보면 안 되겠냐, 네 글 구조가 정말 논술하기에 딱이다'라면서 강경하게 권유하던 정원이의 말을 듣고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생각해 보기로 했었어
그래서 엄마랑 통화를 했는데, 엄마 왈 엄마는 원래 논술도 고려하고 계셨다고..❕
그렇게 통화를 하며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현실적으로 내 수학 성적이 2등급 이상 나올 것 같지 않았고..
매일같이 수특을 풀었음에도 성과도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던 데다, 매일 수특을 4과목씩 푸는 게 부담이 컸다는 걸 솔직하게 인지한 뒤 결국 정시에서 논술로 갈아타기로 결심했어
그래도 고등학교 3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내 생기부를 안 쓰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학종도 넣어보기로 했고~
기왕 쓰는 김에 자랑 좀 하자면 지방 일반고 생기부임에도 불구하고 꽤 좋은 편이었거든^_^ 중앙여고 수행들이 절대 일반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겠지만 결국 그것도 열심히 한 내 덕이겠지 뭐
그 후의 이야기를 짧게 요약하자면 처음엔 논술 3개,학종 3개로 넣어보기로 한 뒤 논술 학원도 다녀보고 그랬는데,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혼자 하는게 효율이 더 좋을 것 같아서 학원은 금새(한.. 두 달만인가) 때려쳤었고, 외대 논술이 아닌 다른 대학 논술까지 하기엔 너무 귀찮고 의욕도 안 생겨서 그냥 외대 논술 하나만 하기로 했어ㅋㅋㅋㅋㅋㅋㅋㅋ 공부를 의욕으로 하는 편; 의욕 안 생기면 공부를 못하는 병일지도
아무튼 이렇게 24년 중반부 쯤에 앞으로의 방향을 잡고, 여름방학 때 집에 와서 본격적으로 독재를 하기 시작했어
음.. 집에 와선 정말 편하게 공부했었어
논술로 튼 만큼 공부량이 줄었기에 부담도 덜했어서 그런지 전보단 공부할 맛이 나더라
원랜 국영수한탐을 다 공부했어야 했는데, 논술로 트니까 최저 2합 4만 맞추면 됐어서 영어, 사탐 하나, 한국사만 공부하면 됐었거든. 한국사는 4등급 이상이기만 하면 됐는데 그거야 모의고사 달달 푸니까 금방 오르더라고(6->1의 기적을 아십니까?)
그래서 독재 루틴을 말해보자면, 무조건 아침에 일어나서 영단어를 외우고 영어 문법과 독해를 공부한 뒤 생윤을 공부했었어.
한 7~8월? 까지는 수특이랑 수완을 개념 위주로 n회독하다가 나중엔 그냥 계속 모고랑 수능 문제만 풀었었어(모고를 풀라고 알려준 정원아 고마워)
근데 반수하면서 느낀 건데 확실히 우리나라 수능은 그냥 경험 싸움이 맞더라 ㅋㅋㅋㅋㅋㅋㅋ
개념이니 뭐니 아무리 반복하고 공부해도 결국은 그냥 모의고사나 반복해서 푸니까 성적이 오르더라고ㅎ
물론 머리가 좋아야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건 맞겠지만 중요한 건 정시는 지능 싸움이 아니라 그냥 평가원에서 출제한 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어봤는지에 따라 성적이 나뉘는 그런 체계였던 거야
뭐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확 체감하니까 좀 허탈하더라고. 역시 한국 교육은 문제가 많은 것 같긴 하더라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나는 집에서 공부하는 방식으로 반수했었고, 후반부에 가선 도무지 집에서 집중이 안 되길래 카페에 가서 공부했었어
근데 또 혼자 하는 게 문제였던건지 집중을 오래도록 하지 못하길래, 충북대생 친구들을 소환해서 같이 공부했어ㅋㅋㅋ
나중에 가선 은오랑 가장 많이 했는데, 아무리 시험 기간이랑 겹쳐서 그랬다지만 늘 부를 때마다 흔쾌히 나와줘서 고마웠다 은오야... 너 아니었으면 내 영어 등급은 -4였을 거야🥹❤️🩹
그래서 그렇게 공부하고 어떻게 됐냐고요?
망했습니다. 평가원 정신나간 놈들이 갑자기 사탐 문제 유형을 통째로 바꿔놔서 모고든 수능이든 풀 때마다 1이 뜨던 제가 3을 받았어요. 원래 계획대로였으면 영어 2 생윤 2로 해서 2합 4를 맞췄어야 했는데 생윤이 3이 뜨는 바람에 제 논술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물론 내가 공부를 더 했으면 최저를 맞췄겠지만 그래도 너무 억울하더라고. 아니.. 최근 3개년 동안 생윤 유형이 늘 고정되어 있던 데다가 25년(작년) 6모, 9모 때도 바뀐 게 하나도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수능에서 학생들 뒷통수를 칠 줄을 누가 알았겠냐구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이미 지난 일을 어쩌겠어.. 하면서 분을 삼키고?^^
채점하자마자 무작위로 여러 명한테 전화를 했는데, 대부분 안 받거나 밖이었어서 최저 못 맞췄다고 말을 못 했단 말야, 그러다가 은오랑 통화가 됐는데 내가 해탈한 상태로 '으노야 나 최저 못 맞췄다?' 하니까 은오가 가만히 있다가 훌쩍거리는 거야!!!!🥲🥲🥲
아니 나도 눈물이 안 났는데 대신 울어주니까ㅜ 너무 감동이고 갑자기 너무 슬퍼져서 진짜 오열(...)했었어
훌쩍.하는 게 아니라 진짜 감정이 북받치면 주체가 안 돼서 막 흐엉 하고 이상한 소리 날 때 있잖아ㅋㅋㅋㅋ 그렇게 울어버린 거야 음소거도 못 한 상태에서!!
지금 생각해도 너무 쪽팔려. 너무 부끄럽고 진짜 수치스러운데 은오가 같이 쿨쩍쿨쩍 해줘서 그냥 고마웠던 기억으로 묻어둔.. 그런 일도 있었어ㅎㅎㅎ//
여기까지가 전반적인 내 반수 이야기였고, 그래서 최저도 안 됐는데 어떻게 외대에 붙었냐면 다행히 외대 학종엔 최저가 없었어.
게다가 수능을 보기 전에 외대 학종 1차에 통과해서 10월 26일에 면접을 보러 외대에 다녀왔었고!
내 생일이 10월 24일인데, 이틀 뒤에 면접이 있던 만큼 생일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일주일 내내 생기부만 달달 분석하다가 면접이 다 끝나고 안도했던 기억도 있네ㅎㅎ
참고로 면접 준비는 어떻게 했냐면, 내 생기부를 출력해서 학업, 진로, 공동체 역량을 드러내는 부분에 각각 다른 색으로 표시를 하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고, 예상 질문을 뽑아서 거기에 즉석으로 답하는 연습을 하면서 준비했었어
다른 것보다 나 스스로 내 생기부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생기부를 많이 분석하고 읽은 게 가장 큰 도움이 된 듯
자세하게 적어봤자 딱히 궁금할 것 같지도 않고 별로 재미도 없을 것 같아서 이 정도로 요약하는데, 혹시나 나중에 대입 면접 관련해서 물어볼 게 생기면 물어봐도 돼! 너희 동생들이 입시를 하게 되어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면.. 내가 도와줄겡🫠
그리고 또 글 쓰는 게 점점 귀찮아져서 이 정도로 요약하자면, 그 이후에 예비 2번을 받고 마음 졸이면서 기다리다가 결국 추합으로 붙게 됐어ㅎㅎ
기왕이면 추가 합격자 발표 기다리면서 어떤 마음이었는지도 쓰고 싶은데, 그걸 쓰기엔 아직은 이른 것 같아서(아직도 그때 감정이 생생함)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써 볼게. 대충 합격자 발표 전날에 너무 긴장해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는 바람에 하루 만에 2kg가 빠질 정도였다고 보면 됨
뭐 딱히 더 얘기할 것도 없으니 여기에서 마무리해보도록 할게!
아무튼 나는 중학교 때부터 꿔 오던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단계 중 첫 번째를 통과했고,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해 내서 기뻐. 맨날 말로만 외대 가고 싶다 외대 가고 싶다 했는데 정말 내가 외대생이 될 줄은 몰랐어☺️
그것도 영어통번역학과라니! 내가 쓰면서도 신기하달까
이제 1단계를 통과한 만큼 남아 있는 단계들도 잘 통과해 나갔으면 좋겠다. 최종 목표는 번역가(그것도 실력 있고 유명한)가 되는 거니까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겠지.. 공부는 싫지만 그래도 번역 공부는 늘 즐거웠으니까 앞으로도 즐길 수 있길 바라
아 그리고 참고로 비록 최저는 못 맞췄지만 그래도 논술 시험은 보고 왔었어
논술 시험 이틀 전에 모든 희망을 버려둔 채 잼혜랑 수현이를 만났었는데, 잼혜가 표준편차에 따라 등급이 오를 수 있단 얘기를 해 줘서 생윤 등급이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 결국 시험을 보고 오기로 결심했었어ㅋ.. 나 사실 P가 아닐까
비록 안 되긴 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것까진 다 해 봤단 생각에 후련하더라!
그리고 외대 2번 보면 좋지 뭐(⊼⌔⊼ ) 눈 호강 하고 왔다고 생각해야지
마무리할 겸 24년에 하고 싶던 거 다 해 본 입장에서 말해보자면.. 너희도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냥 한 번 해 보길 바랄게
물론 많이 생각해보고 하는 게 좋겠지만 가끔씩은 나처럼 즉흥적으로 계획을 막막 바꾸면서 해 봐
결국 결과도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거니까,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다 보면 뭐 하나쯤은 바뀌어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하는 거니까 뇌 꽉 잡고 해야겠지만!!
그리고 끝내기 전에 말하자면 너희가 간절하게 바라는, 혹은 바라던 것들은 언젠간 꼭 이루어질거야
그리고 25년엔 너희의 운이 더 커질거야! 아니라면 내가 뺏어올게😉
이젠 더 할 말이 생각이 안 나서 여기에서 마무리할게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๑ᴖ◡ᴖ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