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부리부리 브리즈번 일기(1)

sean×͜× 2025. 3. 2. 23:19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미루다가 더 미루면 아예 못 쓸 것 같아서 호다닥 써 보는 브리즈번 기록!
난 고등학생 때부터 꼭 수비를 보러 호주에 가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어
맨날 말로만 보고 싶다고 하는 것보단 직접 가서 옆에 있어 주고 싶었거든

스무 살이 되자마자 가고 싶었는데 돈 부족 이슈와 반수 이슈로 가지 못했다가, 모든 걸 끝낸 올해 2월에 드디어 수비를 보러 가게 됐어!


수비랑 나는 2월 5일부터 2월 11일까지 함께 있었어
2월 4일에 비행기를 탔는데, 출국하기 전날에 부랴부랴 올리브영에 가서 줄 걸 더 사 왔었거든?
근데 화장품을 더 일찍 가서 사 오거나 엄청 따뜻하게 입고 갔어야 했어
왜냐면 그전부터 약간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야밤에 나가서 걷고 오는 바람에 심한 감기를 얻고 말았거든..^.^

그래서 비행기에서 두통이랑 메스꺼움 때문에 겁나 골골대면서 갔었어
진짜 개.퀭했음. 옆자리에 계셨던 아주머니랑 아들 분이 내 입국 심사서랑 기내식을 챙겨 주셨기에 망정이지.. 10시간 비행하다 정말 죽는 줄 알았어.
다음에 여행 갈 땐 꼭 몸 잘 관리하고 가야지..


2/5
아무튼 공항에 도착하니까 좀 나아지더라고. 가서 캐리어를 찾고 공항을 나온 다음에 공항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잡아서 수비가 일하는 카페로 갔어
차를 타고 가는데 실감이 안 나더라. 밖의 풍경이 한국과 달리 굉장히 푸르고 들판으로 가득하긴 했지만... 내가 호주 땅을 밟고 있다는 게 안 믿겨졌음. 너무 힘들어서 그랬나 ㅎ
약 20분 후 난 도착했고 기사님이 캐리어를 내려주셨어
캐리어를 돌돌돌 끌고 가는데 왠지 긴장되고 설레더라. 긴장한 와중에도 수비를 서프라이즈처럼 놀래켜 줄 심산으로 빠르게 가서 냅다 𝓖𝓸𝓸𝓭 𝓜𝓸𝓻𝓷𝓲𝓷𝓰을 갈겼는데 안 놀라는 거야 ㅎ.ㅠ 물어보니까 차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내가 내리는 걸 확인했다 하더라구

근데 거의 4년만에 만나는 건데도 무슨 4일만에 본 것처럼 우리 둘 다 굉장히 차분했다? (오랜만이야 그러게 넌 똑같다 뭐 이런..) 둘 다 실감이 안 났던 것 같아 ㅋㅋㅋ 걍 웃겼음. 보자마자 그냥 서로 깔깔 웃었는데 중딩 때로 돌아간 기분도 들었어

아무튼 수비가 퇴근을 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에, 수비가 만들어준 레모네이드도 마시고 하트 모양으로 잘라준 토마토도 먹으면서 쉬었어. 기다리면서 그림도 끄적거렸는데 평화롭고 기분 좋더라
물론 그때도 컨디션이 나빴기 때문에 중간에 위장도 한 번 비우고 왔었지만 그거 알지. 뭐든 화장실 다녀오면 좀 나아지는거^_~
 
카페에 오전 9시 반쯤 도착했었는데 12시에 수비 일이 끝났어
평소엔 1시 정도에 끝난다고 했는데 그날따라 일찍 끝났더라고! 그렇게 일찍 퇴근한 수비 차를 타고 수비네 집으로 이동하면서 같이 음악을 들었어
몇 년 동안 수비랑 드라이브하면서 함께 음악 듣는 걸 상상하기만 했는데 실제로 이루어지니까 꿈만 같고 계속 웃음이 나오더라
Why do you say라는 노래(특히 앞부분 비트)를 들을 때마다 수비를 떠올렸었는데, 수비한테 들려주니까 비트가 되게 좋다고 하는거야!
우리 음악 취향도 비슷해서 진짜 잘 맞는다고 느꼈어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는 수비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수비 방에 들어가서 선물만 주고 바로 누워있었어 ㅋㅋㅋ
좀 나아지고 나선 수비 어머니가 해 주신 김볶밥 먹고 샤워하고 또 누워있었구. 역시 씻고 쉬니까 나아지더라. 얼마나 나아졌나면 좀비고 하고 아이스크림까지 먹을 정도였달까¿

그리고 저녁이 되니까 수비 아버지께서 인도 마트에 갈 건데 같이 갈 거냐고 물어보셔서, 수비네 부모님, 수비와 함께 인도 마트도 다녀오고 과일 가게에서 과일도 샀어
내가 체리랑 망고 좋아한다고 하니까 잔뜩 사 주시더라..
그 후 오는 길엔 마트 옆에 있던 도미노 피자에서 비건 피자를 포장해와서 불닭이랑 먹기로 했어

수비 옷 빌려입고 인도 마트 가던 나

근데 몸이 안 좋으니까 피곤했나봐. 6시밖에 안 됐는데도 졸린 거야
그래서 침대에 누워 있다가 수비한테 장난으로 '내가 기절해볼게. 도로롱' 이렇게 말했거든?
근데 그러고 진짜 바로 잠들어버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비가 불 꺼주고 나감과 동시에 깨서 밖으로 나가니까 왕창 웃고있더라....
'롱ᕷ' 하고 바로 기절하듯이 잠든 게 겁나 웃기셨대
그래서 일주일 내내 우려먹으시더니 자기 전마다 도로롱 하고 자는 게 우리의 습관이 됐었어 ㅋㅋㅋㅋㅋㅋ
(ex. '우리 이제 진짜 자자. 도로롱' <-근데 이러면 또 웃겨서 낄낄대느라 못 잠)
그러고 나서 아바타2를 보면서 피자랑 불닭을 먹고, 망고로 또 2차전 들어가서 진짜 배부르게 먹은 뒤에 첫째 날은 쉬면서 보냈어

Yummy tummy

2/6
전날에 푹 쉰 건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어!
잘 먹고 잘 쉬니까 두통이 1/10 수준으로 거의 다 사라졌더라고(속은 불닭을 위장에 넣은 순간부터 나아졌었고)
이날부터 제대로 꾸미고 놀기 시작했는데, 난 함께 했던 일주일 중 이 날이 가장 세세하게 기억나
가장 호주스럽게 놀아서 그런 걸까?
 
우선 푹 자고 일어나서 꾸미기 시작했어
내가 수비 머리랑 화장을 해 줬는데 엄청 마음에 들어하더라. 셀카를 엄청 찍던 귀여운 여자.
다 꾸미고 나선 우버를 타고 Valley에 가서 예쁜 브런치를 먹었어

시간이 많이 지나서 런치가 되어버렸지만..

수비가 나눠 먹을 감자튀김도 사 줬는데, 우린 둘 다 소식가라 개인 몫도 남기고 말았어..^.^ 그래도 엄청 맛있었움

이 다음이 진짜 좋아. 브런치를 먹고 나선 Brookie에 가서 누텔라 쿠키랑 오레오 컵케이크 등을 사고, 길을 걸으면서 누텔라 쿠키를 나눠 먹었거든?
근데 쿠키를 먹으면서 지나가니까 다른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면서 우릴 쳐다보는거야 ㅋㅋㅋ
한 커플은 'That cookie's JUST AMAZING!'이라고 말하면서 뒤로 지나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내 안쪽에선 어떤 할아버지 둘이 흐뭇하게 웃으면서 우릴 보시길래 뭔가 길쿠키(길빵 쿠키버전)하는 우리가 보기 좋았나 싶더라구
근데 정말 쿠키 맛이 어메이징하긴 하더라. 다음에 가면 누텔라 맛으로만 8개 사 올 거야 ㅎㅎㅎ

맨 밑에 있는 쿠키가 누텔라 쿠키야


그 이후엔 브리즈번 시티로 이동해서 대형 쇼핑몰에 있는 H&M에 갔어
H&M에 가면서 수비가 호주에선 H를 '헤이치'라고 발음한다고 알려줬어. 그래서 자긴 에이치 앤 엠이 아니라 헤이치 앤 엠이라고 발음하는 게 입에 붙어 버렸다면서 ㅎㅎ

그래서 H&M에 가선 뭘 샀냐구요?


제 티팬티를 샀습니다.
서양권에선 다 티팬티를 입고, 엉덩이를 가리는 팬티를 할머니 팬티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된 후로 항상 티팬티를 입어보고 싶었거든
다양한 티빤스 중에서 내 눈에 제일 예뻐 보이는 걸 고르고, 아무래도 서양인들의 엉디가 큰 만큼 S사이즈도 클 걸 감안해서 제일 작은 XS사이즈의 티팬티 한 세트(2개입)를 구매했는데..

내가 내 엉덩이를 과소평가 했더라고;
한국 와서 입어봤는데.. 그냥 엉낀팬이었어
생각해보니 내가 엉덩이 운동을 많이 했더라고...^^ 그냥 늘려서 입어야겠단 생각으로 매번 비명 지르는 티팬티를 입고 있긴 한데 다음엔 M사이즈를 사야겠다고 생각했어

아무튼 티빤 산 후로 나와서 걷다가 판도라를 봐서 후다닥 들어갔는데 갖고 싶던 반지가 있는거야!
당연히 내껀 내가 살 생각으로 수비한테 반지를 맞출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수비가 바로 자기 반지랑 내 반지를 사 줬어ㅠㅠㅠ... 가격대가 있는 반지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망설임 없이 바로 사 준게 너무 고맙더라구🥺

다시 한 번 고마워 수비야.. 매일 봐도 예뻐
그날 이후로 네가 준 하트 반지는 내 오른손 중지에 매일 끼워져 있어 ㅎㅎㅎ
 
반지를 맞춘 후엔 더 걷다가 몰에 들어가서 컵케이크도 먹고, 하나로 마트(ㄹㅇ 그 한국 마트 맞음)도 가 보고 빈티지 샵도 가면서 이곳저곳 돌아다녔어
수비가 '하나로 마트 가 볼래?'하고 물어봤을 땐 그냥 장난인 줄 알고 좋다고 했는데, 진짜 HANARO MART라 써 있길래 당황해서 '어 뭐야 진짜 하나로 마트였네?'라고 말해서 수비를 웃게 한 기억이 나네

Hanaro Mart에 있던 토마토 파스타 불닭. 왜 한국엔 없냥

그리고 몰을 나와선 근처 빈티지 샵으로 향했어. 한국에 있을 때 엄마 아들이 빈티지한 키링 같은 게 보이면 사다 달라고 했었거든. 구경도 할 겸 가 봤는데 키링은 없더라구ㅜ 대신 샵에 있던 거울이랑 내려오는 계단에서 사진이나 잔뜩 찍었어

그리고 내려오는 계단 옆 벽엔 재미있는 낙서가 많더라.
힙한 그림도 있었고 칠 가이 그림이랑 여러 문구도 있었어. 그리고.. 섀도우랑 테일즈 컾링 파는 누군가가 그린 하트도 있었는데 난 이게 너무 웃겼음ㅋㅋㅋㅋㅋㅋㅋ
왜냐면 내가 소닉을 팠었는데(^^) 이런 컾링은 ㄹㅇ 어디서도 본 적이 없었거든.. 전 이 컾?링을 이때 처음 봤어효. 너희도 소닉 판 적이 있다면 아마 웃길거야ㅋㅋㅋㅋ
(참고로 전 Sonamy랑 Shadamy 팠었고 최애 컾링은 knoxouge였습니다^^)

하트까지 그리며 열심히 shipping하던 누군가

그런데 더 걷다 보니까 발바닥에 잡힌 물집이 너무 아팠어
쉬고 싶다고 수비한테 말하니까 마실 걸 사서 강가로 가 쉬자고 제안하더라구
나는 수비랑 공원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신나서 좋다고 말했지
그래서 근처 마트(not 하나로)에 가서 Boost라는 브랜드의 망고&파인애플맛 주스를 사고 사우스 뱅크로 향했어


도착해서 샌들을 벗고 강가 앞 바위에 앉아서 주스를 마시는데 주스도 달콤하고 바람도 시원해서 정말 행복하더라
이때 노래 틀고 바람 쐬면서 한가롭게 쉰 기억이 너무 좋아. 마음도 느긋해졌고.. 쿠키도 먹고 여유롭게 쉬면서 서로에게 편지도 써 줬었어
수비한테 쓴 편지를 지갑에 넣어뒀는데 지금쯤이면 읽었으려나?

수비가 찍어준 나

사우스뱅크에서 충분히 쉬고 난 뒤엔 산책로를 걸으며 힐링하고, 늘 가 보고 싶어했던 Streets Beach도 가서 구경했어. 인공 해변인데도 주변 풍경이랑 굉장히 잘 어울리고 너무 예쁘더라~
한국에 있을 때부터 넘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수비가 근처에 씻을 곳이 없대서 바로 포기했었어ㅋㅋㅋㅋ

그리고 슬슬 다른 몰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나한텐 고카드가 없으니 수비가 표를 끊자는거야
우린 시내버스 탈 때 카드 없으면 현금 내잖아, 호주에선 기사한테 종이 승차권을 보여주고 타더라고? 한국이랑 달라서 신기하더라. 암튼 그렇게 수비가 끊어준 표를 통해 버스를 타고 다른 큰 몰로 이동했어

버스를 타러 가던 거북목의 여인

몰에 도착해선 네컷 사진부터 찍었어. 근데 찍으러 가면서 깨달은 건데 수비랑 내가 같이 찍은 네컷 사진이 한 장도 없더라고..??? 브리즈번에서 같이 찍은 게 처음이었던 거야! 같이 찍는 첫 사진인 만큼 열심히 찍었어^.^
그 후엔 수비가 우리 부모님께 쓸(🥺)편지지도 사고, 수비가 좋아하는 바디케어 브랜드에서 이것저것 시향도 해 보고, 수비가 알바했던 음식점(aka. 나랑 영통할 때 들려줬던 썰의 근원지)도 보면서 재밌게 수다도 떨었어ㅎㅎ

그리고 이 날은 마무리까지 완벽한 날이었어. 저녁으로 까르보 불닭과 파인애플맛 크루저 4구를 먹기로 하고 바로 산 뒤에 맛있어 보이던 크레이프 케이크 두 개를 포장해서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갔거든!
그 후 집에 도착해서 깨끗하게 씻고 난 후에, 아바타 2를 마저 보면서 크루저랑 크레이프 케이크를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했어🥂



2/7
7일은 금요일이었는데 수비가 수요일하고 금요일엔 일해야 했어
같이 가서 기다릴까 했는데 난 몸이 완전히 다 나은 게 아니었기에 집에서 수비를 기다리기로 했고, 쉬면서 수비의 방을 청소하기로 했어(물론 수비한테 허락 맡고!) 쓰레기도 버리고 화장대도 치우는데 재미있더라^.^

근데 1시가 지나도 수비가 안 오길래 미리 화장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 내가 외출 준비를 마치자마자 수비가 집에 왔는데 거의 3시가 다 된 거야
오면서 차가 막혔다고 하더라구. 근데 수비가 3시 40분 정도에 내 네일 아트를 예약해 뒀어서 부랴부랴 나갔어

네일 아트를 받으러 가던 나

네일 아트도 원랜 맞춰서 같이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고 수비가 내 것만 예약해 준 거였어ㅠ
난 그냥 고맙기만 해서 아무렇지도 않았은데 수비는 늦어서 미안하다고 자꾸 사과하더라 ㅎ.ㅎ
 
수비가 데려간 곳은 숩이가 좋아하는 한국인 아티스트가 있는 네일샵이었어(샵 이름:Bloom Total Salon)
난 I답게 입을 닫고 가만히 손톱이 예뻐지는 걸 구경했고 파워 E인 수비는 아티스트 쌤이랑 스몰토크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
내가 받은 아트는 이달의 네일 디자인이었는데 실물로 보니까 더 예쁘더라~

지금도 손톱에 남아 있는데 여전히 예뻐 ㅎㅎ
그나저나 아무리 내향형 인간이어도 말은 할 줄 알잖아, 수비가 내가 자길 보러 여기까지 와 줬다면서 말을 터 준 덕에 몇 마디 했거든
중학교 친구다, 어디 출신이다, 학교 어디 다닌다.. 그러다가 참하게 생겼다는 ㅋㅋㅋㅋ 칭찬도 들었어
수비랑 둘이서 칭찬해 주시는데 부끄러워서 발 밑에 쥐구멍 팔 뻔. 그래도 참하게 예쁘다는 말을 들은 김에 힙하게 예쁜 내 공주랑 단아하게 예쁜 내 왕자도 그 분한테 자랑하고 왔었어😉
이렇게 세상에 미모를 알리는 내 새끼들
 
네일아트를 마치고 나니 5시가 넘은 거야, 수비 덕에 예뻐진 손톱을 데리고 다시 South Brisbane으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어
시티로 가는 버스에서 같이 음식점을 찾아봤는데, 수비도 나도 처음 본 거에 끌리는 습성이 있더라고 ㅋㅋㅋ 수비가 첫 번째로 찾은 Popolo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너무 좋아 보여서 거기에 가기로 했어

포포로. 이름이 너무 귀엽다

그리곤 우리 둘 다 차 멀미를 해서 가는 버스에서 조용해졌었어
수비랑 나랑 내적으로 엄청 닮았는데, 차가 코너를 돌 때 동시에 메스꺼움을 느끼는 것까지 똑같던 건 엄청 신기하더라
+호주 버스에서 나는 드라이 샴푸 향에 역겨움을 느끼던 것도..
 
그렇게 몇 십 분을 견디다 드디어 버스에서 탈출하고 포포로를 향해 신나게 걸어가는데, 마침 장터가 열려있었어!

원래 장터같은 건 기대가 없을 때 봐야 신나고 재미있잖아, 우리 둘 다 예상치 못한 축제같은 분위기에 더 신났었어 ㅎㅎ
거리가 워낙 깔끔하기도 한데 들뜬 분위기까지 합쳐지니까 기분이 너무너무 좋더라구

그렇게 도착해서 식당을 보니까 완전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거야! 직원 분도 영어랑 이태리어를 섞어 쓰고.. (듣기 좋았음)
나랑 수비 둘 다 이런 고급진.. 뭐랄까 파인 다이닝같은 식당에 온 게 처음이라 조심스러웠지만 들뜨기도 했어

내 자리에서 보이던 풍경

그렇게 저녁으론 뇨끼와 치즈 파스타를 시켜서 나눠 먹기로 했어. 각자 마실 칵테일도 시켰는데, 내 껀 가루약 맛이 났고 수비 껀 너무 다채로운 맛이 나서(달콤+상큼+매콤) 절반 정도만 비웠어
그렇지만 뇨끼와 파스타는 정말 맛있었는데, 우리 둘 다 너무 한국인 입맛인 나머지 느끼함을 이기지 못하고 다 먹진 못하겠더라 ㅋㅋㅋ 
치즈 파스타 먹다가 여기에 불닭 소스 뿌려먹으면 존맛이겠다는 내 말에 마침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격공한 수비짱.

그래도 꽤나 많이(그리고 깔끔하게) 먹었다
치즈가 들어있던 거대한 면. 여기에 치즈를 더 뿌렸으니..

저녁을 먹고 나선 너무 느끼한 나머지 우리 둘 다 해장 거리(?)를 찾았어
마침 아까 눈독 들이던 츄러스 트럭이 보이길래 바로 가서 누텔라 츄러스로 느끼한 속을 잠재웠지ᴖ◡ᴖ

느끼함을 달콤함으로 해장하는 나.. 여기서 약간 서양인 같다고 생각함
그리고 수비가 장터를 한 번 더 보고 싶어 하길래 장터가 서 있는 길로 페리를 타러 갔어
 
페리 타는 곳은 멀지 않았기에 금새 도착했는데, 마침 페리도 딱 오길래 바로 타고 밤바람을 맞으면서 브리즈번의 야경을 구경했어

브리즈번에선 페리가 일상적인 교통 수단이라는 게 참 감성적이고 좋더라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게 일상이라니 낭만적이지 않아?
페리를 타고 난 이후엔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돌아가서 카지노에 가려고 했어

근데.. 아까 먹은 치즈 파스타가 너무 치즈치즈 했었나봐
유당불내증이 있는 한국인답게(한국인 중 15%만 우유를 소화할 수 있대) 배가 아파지기 시작한 거야

복통을 느끼던 나

진짜 .°(어? 조졌다) 싶을 정도로... 그래도 다행히 막 미친듯이 아픈 건 아니었는데 그 느낌 있잖아. 이걸 지금 안 비우면 내일의 내가 조져질 것이라는..
그래서 수비에게 정말 미안하게도 카지노를 가지 못하게 됐었어.. ㅜㅜ
수비는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아 했지만ㅜ 다시 생각해도 아쉽긴 해. 다음에 또 호주에 가서 함께 가야겠어.
아무튼 그렇게 배가 아픈 상태로 페리를 기다리는데 여기서 또 수비를 웃겨버렸지 뭐야

도로롱만으로도 충분한데
'수비야.'
'엉?'
'나... 좀 쌀게?'
ㅇㅈㄹ해서 수비를 폭소하게 만듦
이때 말투가 진짜 공허하고 진지한 말투였는데 그런 말투로 한 말이 좀 쌀게라니 웃길 만 하긴 했어(+수비 왈:내 취향의 단정한 얼굴로 그런 말을 해서 더 웃겼음)
도로롱은 일주일만 우려먹었다고 했지? 이건 아직까지도 우리고 있으셔; 기출 변형하기도 쉬워서 그 이후에 좀 먹을게 좀 잘게 등으로 다양하게 변형해 쓰시던 게 기억남... 널 웃겼다면 됐어 펀트 수비다
근데 웃긴 건 좀 싸겠단 선전포고를 하고 나니까 배가 안 아파지더라(???) 위장도 내향형이라 부끄러움을 타는지 어이없었어 정말로

그렇게 괜찮아진 채로 탄 돌아가는 페리에선 (수비의 양해 하에) 정원군과 영통을 하면서 야경을 보여주고, 수비랑 인사도 시켜줬어

그리고 페리에서 내린 후엔 야외에 있던 피아노도 좀 뚱땅거리다 버스를 타고 돌아가서 씻고 바로 잤어
(???:서현아... 좀 잘게? <- 본인이 말하고 본인이 낄낄대심)


여기까지가 2월 5, 6, 7일의 기록이야
8, 9, 10 ,11일의 기록은 2편으로 써 올게!
호주에서 지낼 땐 하루하루가 알차서 일주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국에 돌아와서 회상해보니 이것밖에 안 됐나 싶을 정도로 적게 느껴지더라.
수비가 일주일이 하루처럼 느껴질 만큼 재미있게 보내자고 했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 됐네ㅠ

나랑 수비는 함께하면서 배가 아플 정도로 많이 웃고 행복했는데, 이 글을 읽는 너희에게도 그 기분과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느껴졌으면 좋겠다
우리를 웃겼던 게 너희도 웃겼으면 좋겠어
분명 더 많은 걸 했는데 글로 정리하니 무척 적게 느껴져서 아쉬워
그렇지만 이건 내 글 솜씨 문제일 테니까 다음 편은 더 재미있고 풍부하게 써 보도록 노력할게!
8, 9, 10일에 다채로운 걸 더 많이 했으니 더 재미있을거야 ㅎㅎ
 
그리고 수비야 보고싶다잉
내후년에 꼭 한국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어

마지막은 두찍나(두비가 찍어준 나)